친구가 들려준 이야기

모두가 한 몸이 된 앵자봉 산행 (작성: 물소리님)

다강울타리 2010. 3. 14. 21:16

 

행인지 불행인지 다강울타리님이 공지했던 앵자봉 산행단 집합 장소가 물소리 사이트 앞이어서

다강울타리님 등 산행단의 참가 권유로 아무런 준비도 없이 산행단에 끼게 되었습니다.

눈내린 겨울산이기에 걱정이 된건 사실이었지만 길만 따라 간다면야 빙판길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에 컨디션도 좋았겠다하여 나도 한 번 정상주 마셔보자 하는 생각에 젯밥에만 신경을 써서 빵 한 조각과 막걸리만 달랑 들고 산행단에 합류하였습니다.

 

 

 

 막, 출발한 모습입니다.

 모두 당당한 걸음걸이로 흐트럼없는 자세를 보여줍니다.

 

 자세히 보니 맨몸의 안지기들과 베낭을 짊어진 바깥지기들이 확실한 대조를 보입니다.

 

 

 눈길을 오르는 기분이 상쾌합니다.

눈 내린 이 길을 처음 밟았을 사람이 갑자기 부러워집니다.

아이젠도, 스틱도 필요없는 털레털레 산길입니다. 아직까지는요.

 

 

 아, 이런!

길이 없어졌습니다.

가정교육, 공교육 제대로 받은 사람은 길이 아니면 가질 않는 법입니다.^^

더군다나 저런 아이들과 함께 한다면은요.

 

 

 하지만 캠장에서 단련된 아이들입니다.

네발로 기어서라도 올라갑니다.

무섭다느니, 돌아가자느니, 그런말,  우리 아이들 사전엔 없습니다.

길이 없으면 내면 되고, 막히면 돌아가면 되고, 

평소 든든한 아빠 엄마와 아저씨, 오빠, 형들에 대한 큰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길이 없는 곳을 헤치고 올라 송전탑 아래 평지에 도착했습니다.

이 곳에 올라 공사를 했을 기술자들을 떠올리며 이젠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장서서 길을 헤치고 인도했던 다강울타리님을,

이젠 믿고 끝까지 따라 올라가도 되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안도를 해봅니다. 

 

 

 가뿐 숨을 쉬며 올라온 뒤에 마시는 물은 참으로 달콤한 생명수입니다.

아이들은 자꾸 태리우스님의색깔있는  다이어트물을 달라고 해서 마십니다.

태리우스님이 가지고 온 물의 3분의 2는 아이들이 마신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되면 아이들은 드러눕습니다.

절대 힘들어서 그런 것 같진 않았고 놀이로 즐기는 것 같았습니다.

 

 또 쉽니다.

나무에 기대선 수수님을 바라보는 고암님의 눈길이 애처롭습니다.

아니, 그동안 체력단련 안 해놓았다고 핀잔을 주는건가요?

홍마담은 아이들에게 원기소 쵸코렛을 까주고 있습니다.

 

 마침 넓은 눈밭이 나오니 아이들이 드러눕습니다.

 

 부모들은 그 모습이 귀여워 셔터를 누릅니다.

전혀 연출되지않은, 자연스런 순간포착 같아 보입니다.

 

 드디어 앵자봉에 도착했습니다.

산악회의 시산제 팀과 다른 그룹 등 먼저온 분들이 많이 계셔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아랫쪽에 이스트벨리 골프장과 멀리  스키장이 보입니다.

멀어진지 오래된 취미 활동들입니다. ㅠ.ㅠ

 

 천진암 성지도 내려다 보입니다.

 

 

 사진만한 증거도 없습니다.

아, 1m 만 더 높았다면 쭉쭉팔입니다. ^^

 

 

 

 위너스FC님, 용인아찌님, 다강울타리님, 고암님, 공허님 등이 짊어지고 온

장비와 먹거리로 정상에서의 라면파티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시원한 사과 한 쪽의 맛!

아,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습니다.

 

 이젠 하산 준비를 합니다.

내려가는 길은 오르는 길과는 달라 아이젠이 필수입니다.

맨 손으로 올라온 홍마담에게 수수님이 아이젠 한 짝을 빌려줍니다.

 

 모두들 아이젠을 나누어 신고 있습니다.

맨 몸으로 올라온 무매너 등산객을 비난하지 않고

아이젠과 스틱 한 짝을 나누어주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내려오는 길의 시작은 경사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혜민이는 끝까지 웃음을 잃지않고 난코스도 척척입니다.

 

 뒤로 내려오는 것이 더욱 안전할 수 있습니다.

 

 제법 쌓인 눈길도 있습니다.

꼭 앞섰던 사람이 밟았던 곳이 아닌곳에

등산화가 젖을 것을 무릅쓰고 발을 내딛어 봅니다. 

 

 혜민이에게 신겨준 아이젠이 자꾸 벗겨져서 위너스FC님이 노끈을 구해 묶어주고 있습니다.

 

 힘들지도 않는지 아이들은 도중에 눈사람도 만들며 놀면서 내려옵니다.

어른들은, 오늘 저녁에는 아이들로 부터 일찍 해방될 것을 기대하며 말리지 않습니다.^^

 

 특이한 모양의 밑둥을 한 나무도 있습니다.

 

 

 설치한 지 얼마되지 않은 듯한 철탑이 반짝거려서 발길을 잠시 멈추어 쳐다보게 합니다.

 

드디어 천진암 입구에 내려왔습니다.

앵자봉 하산길의 최저고도 지점입니다. 

 

 

 아뿔싸!.

 오르는 길입니다.

하산 기념사진을 찍고 산행단 해체했는데...

수련원 가는 길은 심하게 경사진 오르막 길입니다.

긴장을 풀고 난 후에 다시 오르려니.....

최고의 난코스였습니다.

 

 

 물소리 가족의 안전과 목마름, 배고픔을 해결해 준 산행팀을 위해

조촐한 하산주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가시고기, 애기똥풀님은 낄 자리가 아닌데 잽싸게 오뎅탕을 만들어와서 한자리 차지합니다.

수민이 친구들을 데려와 산행에 참석하지 못하였지만 마음으로 산행을 하고 싶어했던것을 알기에

하산주 모임에 좋은 자리 내어주었습니다.

 

 

 

 위너스FC님의 아들인 준우군이 산행내내 아이들의 안전을 챙기며 벗해주느라 수고하였습니다.

요즘 고등학생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위너스님의 농사 실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소세지야채에 누드인절미떡 추가 볶음, 키조개 관자 초장 냄비볶음이 안주로 만들어졌습니다.

 

 향단마마님은 그사이 오뎅꼬치를 준비해와서 게눈 감추듯 팔려 나갔습니다.

 

 

 

정상에서의 부실한 점심에다가 소진한 에너지 보충을 위해  모든 분들이 젓가락과 술잔을 들고

안주가 만들어지기 무섭게 공략하는 바람에 물소리가 준비해간 매실주가

낮에 동이 나고 말았습니다.  

매실주 맛 못보신 분들, 서운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 ^^

 

 

앵자봉!

봉우리의 이름도 맘에 들었고,

눈길을 헤치며 오른 것도 즐거웠었고,

적당한 높이와 경사로 땀 흘리지 않아 좋았고,

물소리 가족을 내치지 않고 함께하며 장비를 빌려주고

 힘들게 지고 올라간 음식물을 서로 나누며 

함께 올라갔다 올 수 있게해 준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또 눈이 내리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