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모야..."
"네, 아버님!"
"네가 세상을 위해 뭔가 큰 일을 해야할게 아니라면
가족들과 함께 좋은 시간 많이 보내고 젊었을 때 여행 많이 다녀라.
아둥바둥 산다고 살아왔는데 지나고 나니 다 부질 없더라."
"......네!"
담양까지 1박 일정만 같이 하시고 길을 떠나시며 나즈막히 던지신 말씀이 가슴을 울린다.
장인어른을 모시고 살지만 한번 모시고 나오기가 쉽지 않다.
물론 배려해 주시는 것이 크겠지만 산을 좋아하시는 아버님의 주말스케쥴도 만만치 않으시다.
이번에 변산쪽 계획하고 있는데 어버이 날이고 하니 같이 가시자 말씀드렸더니
새만금방조제를 걷고 싶으셨다며 거기까지만 일정을 같이 하자며 가자 하신다.
군산방조제까지 33.9km!
일흔을 훌쩍넘긴 노인네가 홀로 그길을 걷겠다 하시면 만류하는게 당연하겠지만
비박산행은 기본, 지리산 14시간 무박종주 기록에 히말라야까지 섭렵!
오히려 아이처럼 들떠하시는 모습을 보니 보내드리는 것이 '孝'란 생각이 든다.
"아버님, 화이팅!!"
Ⅰ. 담양
건강대숲 녹색쉼표 '죽녹원'
대나무가 향기로운가? 게다가 감미롭다는 말은 어색하지 않은가? 그렇지 않았다!
함께 푸르러 지고, 같이 곧아 지고, 이유없이 청렴해 지는 이 느낌이란?
늘 오고 싶었던 곳. 대나무 숲도 시원하고 우리 모두 시원해 진다.
내가 알고 있는 대나무에 관한 상식은 나무가 아닌 벼과식물이라는 것뿐.
"큰대 밭에 큰대 난다."라는 옛말이 있다.
그 말의 배경을 이제서야 알았다. 죽순에서부터 대나무의 굵기가 정해져 있다는 것을.
그러고는 우후죽순! 비온 후에 키만 불쑥불쑥 큰단다.
죽녹원 조성 이전부터 담양의 명소였던 메타세콰이어 숲을 찾았다. 이곳도 푸르름 천지다.
밑둥 하나하나 마다 다해랑 강해가 팔을 둘러 겨우 손끝을 마주 잡는다.
현재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정원의 형태는 모두 일본식이라 한다.
한국식 정원의 대표적인 곳 '소쇄원'
기묘사화로 조광조가 유배되자 그 제자인 양산보가 출세의 뜻을 버리고 고향에 꾸민 별서정원.
자연을 그대로 살려낸 정원의 형태가 무지한 내가 보아도 정갈하고 편안한 마음을 들게 한다.
담양에 가게 되면 이곳은 꼭 가봐야 하는 곳이라며 장인어른께서 길을 일러주신 곳이다.
후에 제이시님께 얘기를 들었더니 건축학도들에겐 기본 코스라 하신다.
Ⅱ. 변산반도
고사포오토캠프장에 둥지를 튼다. 몽산포와 느낌이 비슷하다.
다른게 있다면 몽산포보다는 조금 아담하다는 것과 아직까지는 캠핑비가 무료라는 것.
물에 들어가고 싶어 안달이다.
작년 5월에도 영월 계곡에 뛰어든 놈이라 잠시 한눈 팔면 흠뻑 젖어 있을 것이 분명하다.
샤워장만 열려있었으면 가만 놔뒀을텐데 계곡물과 바닷물은 뒷처리가 엄연히 다르다.
"강해야 미안하다~ 한달만 더 참자!"^^
석양,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변산반도를 둘러보러 나가는 길 다해가 엄마, 아빠를 위해 한컷 서비스 해준다.
7천만년 전의 비밀을 간직한 곳 '채석강'
지형과 해수의 침식작용이 조건이 맞아야 형성되는 해식동.
갖가지 형태로 줄지어 서있는 동굴이 우리를 계속해서 탐험하게 만든다.
채 백년을 살아가는 인간이 저 세월 앞에 서 있을 자격이 있을까?
이태백이 술에 취해 물에 비친 달에 뛰어든 중국의 채석강과 비슷하다 해서 이름 붙여졌다 한다.
저 뒤에 보이는 고래바위 채석강을 뒤로하고 적벽강은 보트를 타고 둘러보기로 했다.
다해의 강력한 요청으로......*^^*
'적벽강'의 이름도 중국의 적벽대전이 일어났던 적벽강과 형태가 비슷해 이름지어졌다 한다.
적벽강은 뭐니뭐니 해도 사자바위다.
변산반도 능가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는 천년고찰을 향해 전나무 숲길을 달려간다.
백제 무왕때 창건된 1400년된 고찰 '내소사'
부처님 오신날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가 한창이다.
다해야, 다음 번엔 내소사에서 직소폭포까지 트래킹 있다~ㅋ
역사에 관심이 많은 다해!
무시하는 건 아닌데......강해는 뭐 보니?^^
내소사를 향하는 외변산 쪽과 내소사에서 내변산 쪽 청림제를 지나 반계선생 유적지가 있는
우동리로 들어서는 드라이브코스 추천해 드리고 싶다.
일제 수탈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된 '곰소염전'
염수의 바람과 맞써 싸운 영광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소금창고가 우직해 보인다.
소금이 유명하다 보니 곰소염전 주변엔 젓갈 시장이 즐비하다.
그 중에 눈에 확 띠는 젓갈 집을 찾았다~ㅋ 맛도 가격도 착하다.
Ⅲ. 고창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창 고인돌유적지를 찾았다.
유채꽃밭에서 6월 가야미님 제주부캠의 분위기도 미리 살짝 느껴보고~^^
세계에서 가장 넓고 크게 고인돌 군집을 이루고 있는 곳.
447기의 고인돌이 분포하고 있으며......강해의 표정이 좋지 않다.
비도 오는데 여기까지 돌덩어리들 왜 보러 왔냐는 듯~ㅋ 그나마 다해한테서 위로를 받는다.
선운사 가는 길...지난 번 반달곰님께서 꼭 한번 가보라고 말씀해 주신 곳이다.
너무나 아름답다!
초가을 도솔암까지 이르는 꽃무릇길은 우리나라 열 손가락 안에 드는 트래킹코스다.
덩굴식물의 줄기 둘레가 80cm에 달하는 천연기념물 '송악'의 위용도 감상할 수 있고
진분홍 철쭉 뒤에 보이는 동백나무 군락지도 고창 선운사의 명물이다.
이곳의 동백은 초봄에 피어 '춘백'이라 불리운다.
여백의 미가 살아있는 '선운사' 느낌이 너무 좋았다. 초가을 꽃무릇이 만개했을 때
도솔암까지 트래킹을 계획해 꼭 한번 다시 오자며 울타리W와 몇번의 다짐을 주고 받는다.
이번 여행 우리가족에게 청량제 역할을 해준 학원관광농장 '청보리밭'
청보리밭이 바람에 나부끼고
아빠를 부르는 사랑스러운 손도 나부끼고
부쩍 자라버린 다해의 미소도 함께 나부낀다.
강해는 저 발걸음으로...
청보리밭을 온통 휘젓고 다니고
엄마와 딸의 속삭임도 보리밭을 타고 흐르는 바람결에 전해져 온다.
이번 여행 공식적인 스케쥴의 종착역인 '고창읍성'
단종원년 왜침을 막기위해 전라도민들이 유비무환의 슬기로 축성한 자연석 성곽을 올라본다.
감기약도 잘 안먹는 놈이 제발로 병원을 찾아가 링거를 맞고 출발한 여행이었다.
"즐거웠니?"
"아빠도 행복했다!"
Ⅳ. 금국
어둑어둑해진 고창에서 집으로 올라가는 길 미주파파님과 연락이 닿았다.
폐가 될까 그냥 지나치려 했으나 보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모니카님께서 저녁과 아침까지 챙겨주시고
뜻 밖의, 너무나도 반가운 분들도 뵈었다.
얼굴이 비춰지지 않더라도 저 캐릭터를 보면 아실 분들은 다 아실...준희아빠님.
반가워 하실 분들이 많을 것 같아 한컷 올린다.
그리고 제이시님...지나블루님과 함께 만나야 할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ㅋ
갈천수님, 도사님께서는...어제 많이 달리셨죠?~ㅋ
임꺽정님...지난 번 돼지껍데기에 이어 이번에 갈비까정~^^ 폴딩트레일러 득템 축하드립니다!!
쥔장님이신 하얀선님&까망선님께서 손수 쇳덩이 롤을 끓고 다지며 마련해 놓으신 20개의 데크.
나날이 발전하는 금국자연휴양림 에코캠프장이다.
이번에 신세 너무 많이 졌다고 말씀드리면 오히려 서운해 하실까봐 그냥
마음 속 깊이 감사한 마음 담아 놓도록 하겠습니다~ 꾸벅!^^
이번 여행 후기의 마지막 멘트, 뭔가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은데
작성 전 마침 제임스홍님의 후기를 보았었다. 허락없이 제임스홍님의 마지막 멘트를
그대로 인용하고 싶다. 그 마음이 이 마음일테니......
늘 고마운 가족! 당신들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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