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설매재자연휴양림, 그리고 용문산

다강울타리 2011. 4. 24. 18:20

 

최근 안타까운 뉴스들이 많이 들려온다.

수많은 뉴스 중 나를 잠시 먹먹하게 만든 건 카이스트 학생 이야기였다.

사건 이후 결과에 대한 책임 추궁을 묻는 소식들이 대부분이지만

내가 주목했던 이야기는 그 이후에 다뤄지지 않았던 한줄 코멘트였다.

청년이 자신의 생을 마감한 곳이 유년시절을 보냈던 동네를 찾아가서였다니...

정리하려 했던 순간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추억을 마지막으로 담고 싶어서였을까?

안타까움에 화도 났었지만 그 착잡함에 다음 뉴스가 머릿속에 들려오지 않는다.

 

삶의 가치 기준을 어디에 두었기에

행복했던 시절, 행복의 가치에 대한 기준을 이끌고 오기조차 버거웠나 보다.

 

서두가 좀 무겁게 열리긴 했지만......자아존중감!

진부한 명제라 할 지라도 수시로 꺼내어 되내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캠퍼로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일까 생각도 해본다.

 

 

 

 

 

 

 

 

 

 

 

Ⅰ. 설매재자연휴양림

 

 

 

 

 

 

가시고기님의 소개로 찾은 용문산자락 설매재자연휴양림. 

차를 타고 한참을 올라가 탁트인 전망과 함께 자리하고 있는 캠핑장을 발견한 순간...

'오호라!'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사설자연휴양림으로 운영된건 10년 전인데 캠핑장은 작년부터 오픈했다 한다.

14개의 데크가 있고 향후 전기시설 및 사이트 수도 확충할 계획이라고...

 

 

 

 

 

 

개수대와 화장실도 사용하기에 불편함이 없고

 

 

 

 

 

 

강해 혼차 뛰어놀기엔 너무 아까운 운동장과

 

 

 

 

 

 

운동장 바로 앞쪽에는 펜션도 있다.

 

 

 

 

 

 

농구장과 조그만 수영장, 그리고...

 

 

 

 

 

 

반듯한 족구장~^^

 

 

 

 

 

 

오후가 되니 라이딩을 마치고 들어온 모터바이크 솔캠족들이 자리를 잡는다.

바이크를 8년 탓던 나, 캠핑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그들...담배 한대를 건네보니 어색하지 않다.

 

 

 

 

 

 

 

 

Ⅱ. 용문산

 

 

 

 

 

 

3주전 유명산자연휴양림을 찾았을 때 유명산 정상에 올라 찍은 사진이다.

형형색색 비박텐트도 눈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했으나 내가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본 건

저 멀리 보이는 용문산이다.  둥그런 지붕의 공군부대가 특징있게 정상에 자리하고 있는,

매번 멀리서 바라보기만...

 

 

 

 

 

 

그러다 이번주 용문산에 올라 유명산을 바라본다.  묘하다! 아름답다! 

옆에 있던 강해가 유명산 산행과 거기서 바라본 용문산을 기억해 주니 그 또한 기특하다!

 

 

 

 

 

 

위치를 보니 용문사 반대편에서 오르는 길이다.  캠프장 개수대를 지나 산행을 시작한다.

 

 

 

 

 

 

조금 고도를 높이니 캠프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운동장이 보이고 운동장 아래쪽이 14개의 데크가 있는 캠프장이다.

 

 

 

 

 

 

1km를 오르니  배너미에서 올라오는 길과 마추치며 용문산 정상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나온다.

산행거리 토탈 왕복 8.6km!  아직 어린놈과 산행하기에 고민을 해봐야 할 거리이다. 

바람이 세고 잠시 떨어진 기온 눈발이 날린다. 초행길에 인적이 없다. 용문산 쉽지 않은 산이다.

일단 강해의 의사를 물어본다.  가겠다 한다!...... ......가기로 한다!!

옷가지와 음식은 충분히 준비해왔다.  용문산 정상 해발 1157m이긴 하나 들머리였던 캠프장이

높은 위치에 있는데다가 1km를 거의 치고 올라왔다.  능선이 보이는 곳까지 가서 산세를 보자.

 

 

 

 

 

 

Good choice~ 산행길 대박이다!

 

 

 

 

 

 

초반 1시간여 고도를 높인 이후, 물 흘러가듯 이어지는 능선이 마치 무빙워크를 탄 것 같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인다.

 

 

 

 

 

 

부대 삼거리, 군사도로가 보인다.  양평군과 군부대가 수차례 합의를 거쳐 개방되었다.

2007년 이전에는 일반인에게는 금단의 땅이었던 곳.

 

 

 

 

 

 

좌측 능선 바로 뒤에 백운봉도 보이고 남한강 줄기 끝에 홍천에서 흘러온 북한강과 만나는

두물머리(양수리)도 보인다.

 

 

 

 

 

 

원래 용문산 정상은 '가섭봉'이라 하여 저 뒤에 보이는 철탑이 있는 곳이다.

우리가 올라온 방향에서는 여기 부대앞까지 만이다.  길이 끊겨 있다. 

물론 소구니산, 유명산 등 종주해서 넘어가는 산꾼들의 경우에는 백운봉으로 해서 돌아가는

길이 있으나 거리가 만만치 않고 우리는 캠프장으로 돌아와야 하니 넘어갈 수 없는 실정이다. 

 

 

 

 

 

 

강해가 알아듣던 못 알아듣던 설명을 해 주었는데 이 녀석 오늘 왜 이러나??  가겠다 한다!

그러던 차에 양반은 못 되는 산꾼들이 올라온다.  철책을 따라 1시간 정도 돌아가면 되는데

등산로가 아니니 험한 길이 군데 군데 있다고 한다. 

 

 

 

 

 

 

바람이 세다.  만류해 본다.

 

 

 

 

 

 

코너 두개를 돌았을까...

강해 덕분에 볼 수 없는 각도에서 용문산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잡긴 했으나,

 

 

 

 

 

 

조금만 더 가면 가섭봉에 다다를 것 같긴 했으나,

 

 

 

 

 

 

강해를 데리고 이길을 넘어갔다 오는 건 용기가 아니라 객기임을...더 이상 고민할 필요 없다.

 

 

 

 

 

 

다시 돌아와 강해에게 말해줬다.

"강해야~ 오늘 정말 용감했어. 아빠는 네가 너무나도 자랑스러워!"

 

 

 

 

 

 

 

 

Ⅲ. 강해랑 단둘이

 

 

 

 

 

 

강해랑 단둘이 캠핑은 11번째다.  주로 누나가 시험기간 일 때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만족

할 수 있는 방안이다.  아빠랑 하고 싶은 것을 사전 조사한 후 출발 전 다짐을 한다.

 

강해가 딱지치기 그만하자고 할 때까지 딱지치기 해주기!

 

 

 

 

 

 

 

강해가 축구 그만하자고 할 때까지 축구 해주기!

 

 

 

 

 

 

강해가 야구 그만하자고 할 때까지 야구 해주기!

 

 

 

 

 

 

강해가 하고 싶은 거  가만 놔두기! (파 놓은 흙은 다시 잘 덮어 놨다~^^)

 

 

 

 

 

 

산에 가기 싫다 하면 억지로 데려가지 않기!

(이 다짐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산에 다녀오면 찜질방 간다는 Win-win 공정협상이었다~ㅋ)

여하튼 형, 누나들이 없는 심심한 산행을 무전기가 대신해 주었다.  산행내내 바로 옆에 붙어

다니면서도 무전기로 대화를 나누었다.  정말 갖고 싶은 거 였다면서...*^^*

 

 

 

 

 

 

강해랑 단둘이 캠핑은 5살때 영월에서가 처음이었다.

타프에 비가 떨어지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어린 놈이 그때 불쑥 내뱉은 말이 신통했다. 

"아빠, 비 소리 참 좋다!"

"그래! 참 좋지?"

"응, 꼭 우리가 말하는 것 처럼 들려.  타닥타닥, 타닥."

 

터벅터벅 산을 내려오는데  이제는 7살 나이에 맞는 톤으로 그때처럼 불쑥 한마디 한다. 

"아빠, 이번에 아빠랑 단둘이 좋은 시간 보낸 것 같아서 정말 좋았어!  산두 정말 멋졌어!

아빠, 사랑해!!"

 

창피한 얘기지만 난 눈물이 많다.

이럴땐 하늘을 올려다 봐야한다.  바로 화답을 해줬어야 했는데 목이 메인다.

꾹, 꾹! 눌러 가슴 속에 담는다.  "강해야, 아빠도 강해 사랑해!!"

 

월요일 출근길 발걸음이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