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프롤로그
Ⅱ. 영남알프스 간월재 백패킹
Ⅲ. 간월재 오가는 길 경주, 밀양, 창녕 기행
Ⅳ. 에필로그
Ⅰ. 프롤로그
며칠 전 엄마, 아빠랑 만들어 놓은 방에 사진과 함께 글이 올라온다.
첫째 딸아이 다해가 한껏 고무되어 올린 메세지였다.
오래도록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참 감사한 일이다. 우리 가족 모두에게!
천방지축 까불이인 줄만 알았는데, 고놈 참...
아흔아홉 장의 사진!
블로그 카테고리 '우리의 발자취' 에서
가족 산행&트레킹 일지에 기록 되어 있는 사진을 추려본다.
지금은 중학생이 된 첫째 아이 돌 무렵 때 업고 오른 관악산의 연주대,
둘째를 업고 가족산행 처음으로 1,000m 이상 고지를 찍었던 연인산,
그렇게 달고 다녔던 아이들이 어느덧...
제 입으로 오늘 정말 멋진 산행이었다는 말이 터진 용문산과
제 눈으로 아름다운 풍광을 받아 들였던 흘림골 등선대에서의 환호.
뭉클해진 내가 너무 필 받았었나? 그 때부터 내달린 종주의 시작!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 한라산, 공룡능선...
혹한의 태백산에 핀 눈꽃과 상고대, 지천의 야생화가 파티를 벌이던 곰배령,
억새의 향연이 펼쳐졌던 민둥산, 박배낭을 이고 올랐던 굴업도 개머리언덕과
바람의 언덕 선자령, 그리고 지리산 불일폭포 등 그 간 99회의 가족산행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한아름 추억으로 나부낀다.
위에 뭐 있나?
거기에 뭐가 있었길래 강아지들 어르고 달래며 그리도 다녔던 걸까?
거기엔 뭐가 있었던 걸까?
다강울타리 가족산행 100회를 기념하며 곰곰히 생각해 보니
곳곳의 맛이 달랐기에 딱히 뭐라 콕 찝어 내기가 만만치 않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 곳엔 내 전부인 '가족' 이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생활화 된 재충전을 통해 얻은 '여유' 와 자연이 일깨워 준 '생각 비우기'
그래서였을까? 그 중독성에...
가끔은 맑음과 푸르름을 곁에 둘 수 있는 오지 끝에 다다라
별 하나, 달 반쪽에게 하룻밤 잠을 청하기도 했나 보다.
블로그에서 가족산행 일지를 보던 강해가 뜬금없이 묻는다.
100회째 산행은 어디로 갈 거냐고...??
아마도 캠핑&백패킹 100회, 200회를 우리끼리 기념한 적이 있어
은근 100번째 가족산행을 기대하고 있었나 보다.
어지간한 곳은 성에 안 차 할 것 같아 장고 끝에
영남알프스의 신불산 간월재 백패킹을 제안했다.
얼마 전, 좀 어설퍼 보이긴 했지만 1박2일 멤버들이 백패킹으로 다녀온 곳이라
아이들은 반색했고 안지기도 몇 해 전 토함산 자연휴양림에 아지트를 두고
스탬프투어와 남산기행을 마친 경주를 일정에 포함 시킨다 하니 더 없이 좋아한다.
나로서도 백패킹 위시리스트 마지막 장소가 가족산행 100회와 맞물리니 설레임이 가득하다.
Ⅱ. 영남알프스 간월재 백패킹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도 많았다^^
간월재에 오르는 몇 가지 루트 중에
이제는 차량 통행이 폐쇄된 배내고개에서 시작하는 임도를 택했다.
박배낭 무게의 부담이 없다면야 약 6km 정도 산책길 수준이라 보면 될 것 같다.
두 시간여를 걸어 드뎌 오늘의 숙영지 간월재에 도착!
여기서 간월산 정상까지는 0.8kkm, 신불산까지는 1.6km 밖에 되지 않지만
다강울타리 가족 100회 산행을 축하해 주러 울산 본가에서 명절을 세고 올라오는
건태아빠 님 가족을 기다리며 비박지를 살펴 보기로 했다.
기울어지는 햇살에 영남알프스 능선이 실루엣처럼 흐를 즈음...
간월재 휴게소 앞을 늠름하게 걸어 들어오는 건태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오랜 벗, 건태아빠와 건아엄마!
아웃도어 취미를 함께 하며 겪은 산전수전, 희노애락의 세월이 얼마이던가?
이젠 눈빛만으로도...
함께한 캠핑&백패킹 횟수는 셀 수 없을 것 같아 아이들 손 잡고 같이한 가족산행 횟수를
꼽아 보니 마흔다섯 번이다. 다강울타리 가족산행 100회 중 거의 절반을 함께해 준 친구다.
특히나 백패킹의 경우엔 다른 백패커들과의 교류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대부분 백패커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지 않는다.
그나마 요즘엔 한 두 팀씩 보이기 시작한다. 그럴때면 눈인사로도 반가움을 표한다.
여하튼,
특히나 오늘,
당신들과 함께여서 더 없이 행복하다!
박배낭 수납이 어떻다라는 걸 알기에,
그럴 공간 있었으면 건아 옷이라도 한 벌 더 넣어 올 것이지 뭐 저런 걸 다...*^^*
대연회장 3단 케잌 부럽지 않은 마음이다. 참으로 고맙다!
스토퍼 매듭이 맘에 안 들었나 보다. 저 사람 말 수는 적어도 참 세심하다.
그래서 내가 대충 해 놓으면 사부작 사부작 저렇게 손 봐 주니 난 편하다.
그러고 보니 내가 자꾸 허당 소리 듣는 게 저 사람 때문인가?~ㅋㅋㅋ
허당이면 어떠랴?
영남알프스에 내 집을 지었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물과 화장실, 그리고 이런 경관이나 오션뷰가 있으면 우리는 그 곳을 오성호텔이라 부른다.
화장실 옆에 수도꼭지가 하나 있고 간월산장 쪽 데크 계단을 내려가면 이런 예쁘장한 샘터도 있다.
간월재에 한가위 슈퍼문이 뜬다.
오랜 벗과 함께 다강울타리 가족산행 100회 기념 파티가 열린다.
달빛이 막 부서지고
그 달빛에 수줍어 숨어 버린 별들의 숨소리를 들으려 숨죽여 있자니
그냥 이래저래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말을 이어갈 이유가 없다. 그저 좋으니...
그렇게 밤이 깊어 간다.
우리 마눌 님, 잘 주무셨소?
퐌타스틱한 아침 맞을 준비 되셨소?
여러 차례 시도했건만 딱 두 번 본 천왕봉 일출과...
제대로 딱 한 번 본 노고단 운해의 감동과 견줄만한 장관이다.
그렇게나 눈부신 햇살이 간월재에 쏟아진다.
곧 있으면 20만 제곱미터에 피어 있는 억새밭에 황금물결이 일렁이겠지.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행복이 영원하길 바래본다.
황금물결이 나부낄 무렵 난 또 억새밭 어딘가에 서 있을테지.
아쉬움이 진할 수록 내가 자주 되내이는 말이다.
'돌아가야 또 올 수 있다.'
패킹된 배낭은 잠시 밑에 내려두고 간월산에 오른다.
간월산을 오르는 길 중간에 잘 정비되어 있는 테크가 두어 개 눈에 들어 온다.
다음 번엔 신불산과 간월재를 조망할 수 있는 이 곳 윗동네를 공략해 봐야겠다.
저 쯤이 언양인 듯 싶다.
아빤 언양불고기가 생각나는데 다해는 무슨 생각하니?^^
한라산 백록담에도 함께 오른 건아, 거침 없다!
그렇게 간월산 정상에 도착한다.
다강울타리 가족 100회 산행은 해발 1,069m 영남알프스 간월산이었다.
역시나 그 곳에도 내 전부인 가족이 미소 짓는다.
누구 보다도, 그 무엇 보다도 제일 고마운 당신!
그래, 여기까지 참 잘 왔다!!
사 랑 해
Ⅲ. 간월재 오가는 길 경주, 밀양, 창녕 기행
이왕 먼길 나서는 김에 추석연휴를 이용, 간월재 오가는 길 가족여행을 곁들여 본다.
4년 전 추석연휴, 딱 이맘 때 경주 토함산 자연휴양림의 모습이다.
그 때부터 이미 캠핑 좀 다녔다는 캠퍼들 사이에선 불어난 캠핑 인구에 좋은 시절 다 갔다고
농을 하곤 했었다. 동계캠핑도 수도권 근교는 예약하기 힘들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지방은 무혈 입성이 가능했었는데...특히 명절 연휴 때는 더 더욱!
너무 만만하게 생각하고 왔던가?
지금의 모습이다~ㅎ
연휴 내내 빈자리 하나 없이 예약이 꽉 찼단다.
4~5년 전, 캠핑 붐이 일었다고 우리끼리 나눴던 얘기들이 무색하게 시리...
정녕 캠핑 붐은 이제부터란 말인가?
경주에 새벽 도착이었기에 대충 야영데크 비스무리한 곳에 이너룸 하나 던져 눈 붙이고
관리자 오기 전에 철수했다. 덕분에 아침을 일찍 시작할 수 있었으니~ㅋ
4년 전, 경주 스탬프투어를 완주해 보겠다고 경주 동서남북을 오가며
참 부지런히 돌아다녔던 추억이 다행히도 다해의 기억에 남아 있었기에
그 때의 후기를 다시 살피고는 이번엔 자기가 다시 가보고 싶은 장소 몇 곳을 찍겠다 한다^^
불국사, 국립박물관, 분황사, 첨성대, 계림, 석빙고, 그리고 황룡사 터를 지키고 있는 코스모스.
가는 곳 마다 포토존이 비슷하기에 예전의 후기에 있는 아이들의 모습과 비교해 보니...
강해의 저 까불이 포즈에도 가슴이 먹먹해 진다.
더 열심히 다녀야지!
경주 일정에 아빠 의견이 반영된 곳은 여기 한 곳 뿐이었다.
파도소리길에 있는 부채꼴 주상절리.
별빛따라 님의 후기를 보고 경주 근처에 가면 함 들려야지 하고 맘 먹고 있던 곳이다.
약 1.5km의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에는 중간 중간 저렇게 정자가 위치해 있는데
쉼터 및 전망대 역할도 함께 해 준다.
잘 정비되어 있는 해안 탐방로를 따라 걷다 보면
서 있는 주상절리, 누워 있는 주상절리, 그리고 부채꼴 주상절리를 감상할 수 있다.
미니멀캠핑에도 통달해(?) 있는 우리는~ㅋ
얼마 안 되는 경주 해안도로를 달리며 적당한 숙영지를 물색한다.
왠지 오늘은 조약돌들에게 하룻밤 청을 해야 먹힐 것 같다.
대신 숙박비로는 다음 날 아침 주변 쓰레기를 줍는 것으로 평화로운 거래가 이뤄진다.
건태아빠 님의 추천으로 간월재에서 내려와 드라마로도 유명한
아랑전설이 깃든 밀양 영남루에 들른다.
건태네는 여기까지 가이드를 해주고 창원 처가댁으로...Bye~bye~
다시 한번 고마워요! 간월재에서 함께한 시간 또한 잊지 않겠습니다.
영남루에 들어서는 계단인데 그 구조가 독특해서 한 컷 찍었다.
계단처럼 그냥 올라도 되고, 유모차 등을 끌고 지그재그로 오를 수도 있다.
아이디어 괜찮은데?
밀양에서 나와 올라가는 길 고속도로 상황을 보니 빨간색이다.
그 순간 이정표에 창녕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그래 이거야, 우포늪이 뇌리를 스친다.
공원 앞에 자전거 대여소가 있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지정되어 있는 탐방로를 도는데 자전거로 한 시간이면 충분했다.
한반도 탄생과 그 시기를 같이 하는 우포늪은 1998년 람사르습지와 마찬가지로
2011년 세계자연유산의 잠정 목록으로 등재되어 있다 한다.
뭘 그렇게 열심히 보는지 궁금하다.
강해의 눈으로 바라본 망원경에 카메라를 대고 셔터를 눌러 본다.
ㅋ~ 그래서 새 이름을 물어 봤군!
자전거를 타러 우포늪까지 갈 필요는 없으나,
우포늪에 간 김에 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건 그 날 우리에게 주어진 특권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내 앞을 내달린다.
Ⅳ. 에필로그
유치원 강해에게 지리산 종주는 무리였을까?
초등 5학년이던 다해누나가 동생을 보듬기 시작한다.
젖먹던 힘을 다했을 것이다.
누나의 격려를 받은 강해는 성삼재에서 땐 첫 발을
기어오르면서까지 끝내 천왕봉에 가져다 놓는다.
그 때 후기에서 그 당시 맘을 이렇게 표현했었다.
"구름에 묻힌 카메라가 아니라 하더라도 내 눈에 저 광경은 계속해서 뿌옇게만 보인다."
영하 20도의 날이었다.
강해에게 열이 오르기 시작한 것은 장군봉에 다다라서다.
유일사에서 출발할 때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인 것을 간과했던 나.
아빠가 미안하다고, 아빠가 잘 못 했다고 수 없이 되내였지만 내색할 수 없었다.
물론 업고 내려갈 수 있었지만 그 날씨에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체온 유지가 문제다.
되돌아 가는 길이나 전진하는 길이나 크게 차이는 없었지만 그래도 전진해야 했다.
천제단으로 향해 당골로 내려가는 길이 햇살을 더 많이 받는다.
따뜻한 물로 아이를 진정시키고 그 어린 아이에게 집념을 바랬다.
안다! 미친놈인 거!
아빠 말을 귀담아 듣던 강해가 양쪽 주머니에 넣어 준 핫팩을 만지작 거리며 힘겹게 한마디 한다.
"아빠, 어차피 가야 하는 거잖아." 그러곤 천제단으로 향한다.
나도 신기하다.
저길 왜 올라야 하는지 아이들이 한 번쯤은 물어 볼 법한데 아무 말 없이 오른다.
그렇게 1275 양각봉에 다다른 이들의 미소는
아빠가 사진 찍을테니 웃으라고 강요한 것이 아니다.
공룡능선 종주를 마치고 하산하는 길 다해가 제 입으로 금번 후기를 직접 써 보겠다고,
그리고 그렇게 쓰여진 후기를 보면 누구도 그렇게 생각치는 않을 것이다.
다해의 그 후기는 그저 잠재적이면서도 무한한 교육의 의미가 있을 거라고 고집을 부린 내게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소중한 보상이었다.
산을 타는 아이들이 힘들어 할 때가 있다.
그런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건네는 사람들이 있다.
"산에 오고 싶어 온 거야? 아니면 아빠가 가자고 해서 억지로 온 거야?"
아이들에게 윽박지르면 산을 태울 수 있다고 생각하나 보다.
국립공원 대피소 소장으로부터 이런 말도 들었다.
"너희들 어렸을 때 산 타면 키 안 커!"
다행히 우리 아이들은 키가 작지 않아 저 아저씨가 무슨 말을 하나 하고는 잊어 버린 것 같다.
그런데 그 말이 산을 내려오는 내내, 지금까지도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대피소다. 그 곳을 찾는 아이들에게 산 타면 키 안 큰다는 말을 지금도
계속해서 하고 있을 그 소장 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차라리 관절을 잘 보호 할 수 있는 방법을 일러 주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제일 황당한 얘기는 산을 사랑하면 산에 가지 말라는 말이다.
사람이 닿는 곳에 자연이 망가진다나...
궤변인가?
이 패러독스는 생각할 수록 웃음이 나와 헷갈리기까지 할 지경이다.
물론 틀린 말이 아닐 수도 있으나 사람은 자연과 소통해야 하고 공생해야 한다.
자연을 찾는 사람들이기에 자연이 소중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아이들은 산이 힘들어서 싫어 하는 게 아니다.
다만 산이 재미 없어서 힘들어 할 뿐이다.
꼭 산이어야할 이유는 없다.
그 무엇이 되었든 자연과 놀이할 수 있는 그 무엇을 찾아야 하는 것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부모의 의무라 생각한다.
인성이 사라진 화이트 칼라 사람들의 범죄가 얼마나 사회를 피폐하게 만드는지
최근 일련의 사태를 보면 알 수 있다. 적어도 자아, 자존감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자연은 그 것을 우리에게 가르친다.
작년 제주도 캠핑 후기에서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건 그들의 능력이겠지. 나는 내가 잘 하는 거 하면서 살면 된다."
명예와 부를 쫒을 능력은 없어 보인다.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아웃도어 활동은 대한민국 0.1% 아니겠는가??
그럼 됐지 뭐, 나두 잘 하는 거 있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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