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아들과 함께한 노고산 동계 백패킹 후기

다강울타리 2014. 12. 21. 13:49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강해와의 겨울산 백패킹!

 

백패킹은 백패킹대로, 겨울산행은 겨울산행대로 또래에 비해 수많은 경험을 한 강해지만

혹한의 동계 백패킹을 함께 하기에 선뜻 호기를 부릴 수 없는 이유는...

 

 

 

 

 

 

 

 

 

 

 

모든 것이 꽁꽁 얼어버리는 산 속에서의 기나긴 겨울밤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성인이라면 멍때리기를 해도 모자랄 그 밤이지만 10살 아이가 침낭을 벗어나

영하 20도의 공기를 맞대며 놀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강해의 의미심장한(?) 말 한마디가 툭 내뱉어져 나온다.

 

"아빠, 핸폰게임에 빠져 있는 동안 주변에 재밌는 다른 것들을 많이 놓친 것 같아!"

 

'우왕~~~♡ 이 건 뭐지???'

 

그 날부로 게임을 끊은지 6개월이 지났다.

그러고는 책 읽기에 취미를 가지더니 중학생인 다해누나가 읽는 책도 독파하기 시작한다.

 

 

 

 

 

 

 

 

 

업혀 다녔던 산행에서 세월이 흘러 어느날 제 눈으로 본 풍광에 감탄사를 쏟아냈던 순간

가능성을 확신하고 1~2박 국립공원 종주산행을 섭렵했던 것처럼, 강해가 독서에 취미를

붙였다는 건 함께할 수 있는 동계 백패킹의 때가 왔음을 알리는 신호로 내게 다가왔다.

 

 

 

 

 

 

 

 

 

 

 

그래도 돌다리는 두들겨 보고 건너야지!

영하 10도의 날씨를 골라 언제든지 탈출이 용이한 장소에서 예행연습까지 무탈히 마쳤다.

 

 

 

 

 

 

 

 

 

 

 

자, 드디어 강해도 박배낭을 이고 겨울산으로 향한다.

 

수도권 근교 백패커들에겐 이미 명소가 되어 있는 노고산 정상 헬기장으로~~~

 

 

 

 

 

 

 

 

 

흥국사에서 시작해 1km 정도를 치고 올라왔을까?

여하튼, 능선에 올라선 여기서부터 1.8km 구간은 오르내림이 그리 성가시지 않은 오솔길이다.

 

 

 

 

 

 

 

 

 

그리고 그 능선길...서서히 북한산 주봉들의 웅장함이 모습을 드러낸다.

 

 

 

 

 

 

 

 

 

곧이어 노고산 정상 군부대가 보이고...

 

 

 

 

 

 

 

 

 

부대 바로 밑 헬기장에 도착해 북한산이 뿜어내는 위용에 넋을 빼앗긴다.

 

가운데 우뚝 솟은 백운대 좌우로 인수봉과 만경대의 늠름함!

이쪽 방향에서만 볼 수 있는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의 숨은벽능선은 보너스^^

그리고 오른쪽 균형을 멋드러지게 잡아주고 있는 염초봉과 노적봉의 기세 또한 놀랍다.

 

 

 

 

 

 

 

 

 

시선을 왼쪽으로 살짝만 돌리면 도봉산 방향이다.

바로 앞에 상장봉과 왕관봉(크라운봉)이 보이고 가지런히 줄을 서서 유혹하는 오봉 뒤로

자운봉, 선인봉, 만장봉, 그리고 신선대가 겹쳐 보여 구분이 잘 되진 않지만

칼바위 옆으로 도봉산 주봉의 모습도 저 멀리 보인다.

 

 

 

 

 

 

 

 

 

요즘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 강해가 체력이 좋아졌는지 예상보다 빨리 도착했다.

노니 뭐하나?  오늘 밤 등 붙일 곳 얼음바닥이나 까자~~~

 

 

 

 

 

 

 

 

 

 

 

집을 짓고 창문을 여니 오른쪽 끝에 문수봉과 보현봉까지 훤히 내다 보인다.

 

미친놈이라는 소리 자주 듣는다. 

괜찮다!

이리도 미치겠으니...ㅎ

 

 

 

 

 

 

 

 

 

 

 

 

 

 

해가 저물고 차가운 어둠이 살포시 내려 앉는다.

 

 

 

 

 

 

 

 

 

강해가 이번엔 '미생' 을 들고 왔다.

아이에겐 좀 어려운 내용이라 넌즈시 물어봤는데 재밌다며...

'직급' 이라는 건 군대의 '계급' 같은 거냐고, '정규직/계약직' 이 뭐냐고 열심히 묻는다!^^

 

 

 

 

 

 

 

 

 

그렇게 별이 총총이던 그 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아왔다.

담엔 핫팩을 하나 빼줄까?  더워서 몇 번 깼단다~ㅋㅋㅋ 

 

 

 

 

 

 

 

 

 

 

 

믿거나 말거나, 도시보다 따뜻한 겨울을 산 정상에서 맞이한다.

저 한줄기 빛이 내 심장을 뜨겁게 달군다.

 

 

 

 

 

 

 

 

 

"아빠, 우리 내려가서 '호빗' 보러 가자!  그리구 아빠, 난 이 세상에서 아빠가 젤 좋아!"

 

 

 

 

 

 

 

 

 

"영화 보러 갈 거면 손발 오그라드는 소리 하지말고 빨리 와!"

 

 

 

 

 

 

 

'강해야, 아빠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