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oad
길 위의 인생은 사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이 있어 풍성해집니다.
항상 새로운 만남을, 그 만남 속에서 새로운 인연을 엮어가는 우리들은
참,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
여행을 좋아하는, 또 여행을 업으로 삼는 이들과 만나면
‘길 위의 인생’이라고 농담 반 진담 반 이야기를 나눕니다.
워낙 많은 길을 타박타박 걷기도 하도, 차를 타고 달려 지나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릴레이 오토캠핑을 시작하면서 길 위의 인생이 더 다채로워졌습니다.
이제 내비게이션으로 목적지를 검색해 100km 정도면 그저 동네 ‘마실가는’ 기분입니다.
하지만 이번 325회 릴캠... 거리가 만만치 않습니다.
서초동에서 292km, 게다가 전날 전국에 쏟아진 눈으로 도로 사정이 여의치 못할 것이 자명한 일.
운전하는 것이 취미 가운데 하나이지만 혼자 가는 300km, 한숨이 먼저 나옵니다.
그래도 뭐, 괜찮습니다.
이미 그곳에는 오는 길 걱정해 주는 다정한 목소리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오른 발에 힘이 들어갑니다.
가파른 언덕을 오르고, 미끄러운 내리막을 지나 도착한 그곳은 이미 어둠이 내려앉았습니다.
하늘에는 별이 쏟아져 내리고, 캠프장에는 그 별보다 더 예쁜 텐트들이 내려앉아 있습니다.
물론 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이 동화 속 풍경에는 따뜻하게 손 잡아주는,
또 부드럽게 말 건네주는 얼굴들이 숨어 있어 몇 배나 더 아름다운 것이겠지요.
아, 열심히 달려오길 참 잘했습니다.
300km를 달려 올 만큼 충분히 가치 있는 길이었습니다.
텐트 치기보다 밥부터 먹자며 손을 잡아끌었던 거시기 님과 머시기 님, 흥부 님이 있어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습니다.
소리도 없이 슥 곁에 다가와 아무 말 없이 폴을 잡아 주고
‘시크하게’ 텐트로 돌아간 칸 님이 있어 겨울밤 칼바람도 하나도 춥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제대로 박히지 않은 펙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망치질 했던
옛날제비 님과 여주선비 님이 있어 따뜻한 밤 보낼 수 있었습니다.
본부 자리 맡아 두느라 오후 내내 노심초사 하였던 무달 님이 있어 혼자여도 든든했습니다.
항상 다정하게, 또 따뜻하게 곁을 지켜는 별빛따라 님이 있어 금요일 밤이 행복하였습니다.
드디어 주왕산 상의캠프장에서의 첫 아침(개인적으로..^^)이 밝았습니다.
늦은 저녁 도착하느라 미처 몰랐던 주왕산의 산세,
그 산세가 한눈에 올려다 보이는 캠프장의 위용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와~’ 그저 감탄사밖에 나오지 않더군요.
이럴 때는 시인이 되고 싶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 가슴 속을 누군가 걸어가고 있다...
이렇게 아주 짧은 한 줄의 글로 감동시킬 수 있는. 그런 시인이 언젠가는 되어보렵니다.
그렇게 아름다웠던 12월의 아침, 생각지도 못했던 생일 밥상에 초대를 받습니다.
불혹을 앞둔, 그러나 언제까지나 장난꾸러기일 것만 같은 다강울타리 님의 특별한 날이더군요.
모니카 님이 정성스레 끓인 미역국과 울타리W 님과 건아엄마 님 그리고 손사임당 님의
정성이 골고루 담긴(물론 건태아빠 님과 제임스홍 님도 무언가를 하셨을 테지만..^^;)
생일상은 임금님의 수라상 못지않게 화려합니다.
미주파파 님이 총지휘를 맡았다는데, 아주 훌륭한 작품이었습니다.
내년 제 생일에도 지휘를 맡아 주심이 어떤지 의견을 여쭙고 싶더군요. ^^
이렇게 뻑적지근하게 아침이 열리고, 이미 예고되었던 가족산행단의 트레킹이 시작되었습니다.
목표지점은 제3폭포까지. 왕복 7.2km 가량인데 전체가 산책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세한 산행기는 다른 분께 기회를 넘기고 개인적인 소감만 밝히면 이렇습니다.
하나의 산기슭을 천천히 걸었을 뿐인데 마치 외국에 다녀온 듯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집니다.
게다가 그 풍경이 어찌나 다양한 표정을 가지고 있는지 여러 산을 두루 섭렵한 듯 지루함이 없더군요.
‘택리지’에서 조선후기 실학자 이중환은 ‘마음과 눈을 놀라게 하는 산’이라 평했다고 합니다.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이 꼭 그랬습니다. 마음과 눈이 모두 깜짝 놀랐으니까요.
드디어 제325회 만남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달랑 12가족이었으니 당연히 출석률 100%(삼식이 얼굴 보러 일찌감치 출발한 거시기 님 가족을 빼고.. 참, 삼식이 당당히 합격했답니다!! 축하해요!!)를 자랑합니다.
다들 아는 얼굴이라 너무 짧게 끝날까 싶어 서로의 닉네임 의미를 짚어 보았습니다.
가족이 모두 B형이라는 비비비비 님, 옛날에 조금 박자를 맞춘 이력이 있다는 옛날제비 님, ‘무술의 달인’보다는 깊은 뜻이라는 무달 님, 아내의 수필집 제목에서 발췌한 별빛따라 님,
솔희망의 준말이었다는 솔망 님, 위대한 정복자 징기스칸을 의미하는 칸 님, 선비가 되고 싶은 여주에 거주하는 1인 여주선비 님, 영어회화 학원을 다닌 덕에 제임스가 된 제임스홍 님, 드라마 ‘자이언트’의 미주가 본인의 딸이라고 자꾸 우기시는 미주파파 님
그리고 다해와 강해의 울타리가 되고 싶었던 다강울타리 님과
아들 건태의 아빠임을 아주 널리 알리고 싶어하는 건태아빠 님..
이렇게 모두가 모여 글루바인과 약차 그리고 비포 님 가족의 선물인 파닭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머리 위에서는 오리온자리가 빛나고 있었습니다.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연인이었지만 결국 그녀의 손에서 죽임을 당한 멋진 청년..
오리온자리를 올려다보노라면 치명적 사랑의 처연한 아름다움이 가슴에 전해집니다.
대부분은 여기서 릴캠의 후기가 끝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번은 조금 다릅니다.
주왕산에 와서 빠뜨릴 수 없는 주산지에서의 에피소드 그리고 헤어짐이 아쉬워 나누었던
길가의 고기 파티와 라면 복불복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식적인 후기를 여기서 줄이렵니다.
분명 훨씬 멋진 솜씨의 후기가 올라올 테지요.
저도 다른 분들의 후기를 기다리는 설렘을 누려보고 싶습니다.^^
또 이렇게 하나의 바통이 이어졌습니다.
끝날 것 같지 않은 릴캠의 바통... 언제까지나 이어지겠지요?
주말을 기다리는 여러분들이 있는 한.. 말입니다.
P.S. 릴캠 후기가 꼬박 하루가 늦어졌습니다. 너무 늦게 도착하기도 하였거니와 오늘 중요한 미팅이 있어서 조금 밀렸네요. 기다리셨다면 죄송하고요, 그렇지 않았더라면 조금 섭섭할 듯합니다. ^^;
** 제325회 릴캠 참가 회원 명단
여주선비(유성종), 옛날제비(허건영), 무달(정기범), 제임스홍(홍상기)&손사임당(손소영), 솔망(윤성연)&솔빛향, 별빛따라(김해룡), 미주파파(한규성)&모니카(이규온), 비비비비(강석일), 다강울타리(김준모)&울타리W(김창신), 거시기(신준식)&머시기(이진경), kahn(박종민), 건태아빠(박진완)&건아엄마(신지영)
출발하는 길입니다. 이 길을 달려 반가운 이들을 만나러 갑니다.
토요일 아침 풍경... 저 멀리 주왕산의 신비로운 자태가 펼쳐집니다.
멀리 사는 친척보다 이웃 캠퍼가 낫다..라는 속담이 생각나는 아침입니다. ^^;
이분.. 기분 좋은가 봅니다. 아침부터 이러고 계십니다. ^^ 다시 한 번 축하드려요~
제임스홍 님 안지기인 손사임당 님과 승현이가 함께 만든 고구마 케이크입니다.
보무도 당당한 가족 산행단의 모습. 하지만 산행이라기보다는 산책에 가까운 코스더군요.
입간판을 유심히 살피는 미주파파 님.. 다음엔 정상 코스 어떠신가요?
포토존이라고 우기는 다강 님 덕에 닭살 커플 인증 컷이 시작됩니다. 제임스홍 님과 손사임당 님.
부엉이 가족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그 닭살커플.. 다강울타리 님과 울타리W 님.
묘하게~ 정말 잘 어울리는 커플, 건태아빠 님과 건아엄마 님 그리고 건아. 이 세 커플, 아니 미주파파 님과 모니카 님 커플까지 포함한 네 커플과 함께 다니느라 없던 홧병이 생겨났습니다. ㅡㅡ;;
왠지 부엉이를 보면 그냥 지나치치 못합니다. 주왕산에 서식한다는 솔부엉이 모형.
자하성에 대해 자상하게 설명해 주는 제임스홍 님과 역사에 관심 많은 정훈이.
일찌감치 혼자 산행에 나섰던 칸 님을 만납니다. 이렇게 만나니 훨씬 더 반갑더군요.
'한반도에 공룡들이 떼지어 살던 후기 백악기 시대에 화산재가 지면을 따라 흘러내리다가 쌓여 굳어진 '회류 응회암'이 바로 주왕산을 형성하였다'는 이야기가 써 있습니다.
우뚝 솟은 저 바위의 이름이 급수대입니다.
이름없는 바위지만 그냥 우리끼리 코 큰 남자 얼굴이라 불렀던 바위도 신기합니다.
건아엄마 님 후기에도 등장한 시루봉. 저는 머리에 뿔 난 것이 도깨비로 보이더군요.^^;
청학과 백학이 둥지를 틀었던 계곡을 지나는 학소교. 이름만큼 예쁜 다리입니다.
대만의 타이루꺼 협곡과 닯은 길, 정말 감동입니다.
이곳에서 이런 풍경도 연출해 보고.. ^^
부엉이 가족들도 이젠 포토그래퍼들입니다. 이분들이 렌즈를 들이대는 곳은.. 바로..
이곳, 주왕산의 대표적인 보물로 꼽히는 제1폭포입니다.
살짝 얼음이 얼어 있어 더 멋진 풍경을 연출합니다.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이 길을.. 언젠가 다시 오게 되겠지요?
빛의 들고 남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꽁꽁 언 얼음 뒤로 힘차게 흐르는 물소리가 아주 인상적인 제2폭포.
신비로운 바위 협곡을 지나면 이렇게 또 평화로운 숲길이 펼쳐집니다.
그 길을 다정히 걷는 그림자도 렌즈에 담아보고...
뒷모습마저도 아름다운 여인들의 실루엣도 렌즈에 담다보니 어느새 쉼터에 다다릅니다.
간단한 먹거리로 요기를 하고, 여주선비 님의 투박한 손으로 정성스레 끓인 커피를 마시는 영광도 누려봅니다.
우리들의 목적지였던 제3폭포를 배경으로 산행단 인증컷 찍는 일도 빠뜨리지 않습니다.
한 장의 사진을 위해서도 몸을 사리지 않는 이 분.. 이 분 없는 릴캠은 조금.. 우울할 듯 합니다.^^
이제부터는 캠프장으로 돌아오는 길입니다. 왠지 조금 아쉽습니다.
열심히 걷느라 못 봤던 표지판도 찍어보고..
겨울 계곡을 걷는 그림자도 찍어 봅니다.
내려오는 코스는 생태학습로를 택합니다. 약간 가파르고, 대신 조금 더 자연친화적입니다.
까마득히 높아 보이던 봉우리도 손에 잡힐 듯 가까워져 있더군요.
주왕굴을 찾아 가는 길.. 눈이 내리면 위험하겠다 싶습니다.
크리스탈처럼 빛나는 고드름.. 태곳적부터 이곳에 있었겠지요.
주왕굴 앞에 선 두 분입니다. 뵐 때마다 고맙고 또 따뜻해집니다. 오래도록 함께하고픕니다.
돌아돈 캠프장에는 어느새 어둠이 뉘엿뉘엿 내리기 시작합니다.
산행에 함께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을 인증컷으로 위안해 봅니다. 옜날제비 님과 흥부 님 댁.
솔망 님과 솔빛향 님 댁.. 백 마디 말보다 훨씬 더 따뜻한 마음이 고마운 두 분입니다.
늦은 오후 도착한 비포 님과 에이포 님이 서둘러 집을 짓고 있습니다.
건태와 건아의 보금자리에서는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납니다.
6시, 만남의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모두 모였는데도 단출하네요. 이 정도 규모면.. 뭔가 서로에 대한 애틋함이 깊어집니다.
별빛따라 님의 인사말과
무달 님의 인사가 이어지고..
서로의 닉네임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 놓는 시간을 통해 서로를 조금씩 더 알아갑니다.
속을 썩이던 모닥불도 이젠 활활 타오르기 시작하고
여주선비 님의 호탕한 웃음도 멋진 패션의 별빛따라 님 모습도 모닥불빛에 더 멋져 보입니다.
제325회 릴캠을 기념하는 촬영을 끝으로 토요일밤도 저물어 갑니다.
금요일과 토요일 모두 별과 달이 아주 밝게 하늘을 수놓았더랬지요.
다이아몬드 캠퍼의 문패는 뭐가 달라도 다릅니다. LED로 업그레이드된 문패가 멋드러집니다.
일요일 아침, 잠자리를 털고 천천히 철수 준비를 합니다.
그냥 오기 아쉬워 들른 주산지에도 겨울이 깊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다시 모여 기념 촬영..
이렇게 다시 판이 벌어질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ㅡㅡ;;
고기도 이렇게 많이 남아 있을 줄 몰랐습니다. ^^;
더욱 몰랐던 사실은 건태아빠 님의 라면 끓이는 솜씨입니다. 정말 쫄깃쫄깃 맛있었습니다. 10인분이었는데도. 최고!
하지만 추가로 5인분은 조금 심했습니다. 결국 복불복 가위바위보를 합니다. 순위 정해서 라면 먹기!
1등부터 순서대로 자기가 먹을 만큼 라면을 그릇에 담습니다. 문제는 꼴찌가 미주파파 님이었다는..ㅋ
이렇게 길고.. 오랫동안.. 이어진 릴캠이 끝났습니다. 저는 자칫 이러다 끝나지 않는 건가..싶기도 하더군요.^^
고속도로를 달려 돌아오는 길.. 하지만 갈 때보다 훨씬 마음에 담긴 것이 많아졌습니다.
함께 만든 추억, 주고 받은 마음들.. 그래서 다음 주 또 저는 이안으로 달려갑니다.
이상, 1박2일에 걸쳐 후기를 쓴 홍혜선이었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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