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들려준 이야기

건아엄마의 캠핑이야기 13 - 건태아빠의 설악산,건아의 한라산 도전기 (작성: 건아엄마님)

다강울타리 2013. 8. 16. 21:26

 

 

 

2009년 9월19일

푸름 유원지에서 릴캠중이던 건태네 가족은 아주 우연히...아무런 준비없이 ...겁도 없이

다강 울타리님이 이끄는 가족 산행단을 따라 2.7키로 가파른 코스의 연인산을 오릅니다.

계곡이 나오면 건아랑 시원하게 쉬려고 했으나

올라가기 너무도 힘들어 하는 건태아빠가 걱정되어 건아를 들쳐업고 정상까지 따라가게 됩니다.

건아를 업고 산에 오른 저는 멀쩡한데 비해

혼자몸으로 아무것도 들고오지 않은 건태아빠가 비몽사몽 헤메며 한~참 뒤쳐져서 올라오는 것을 보고

 

건태아빠에게 '저질체력'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었지요^---^

 

 

 

 

 

 

 

그날이후 건태네의 가족산행이 시작됩니다.

건태아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저는 무조건 건아를 업고 산에 올랐고

건태아빠는 좋던싫던 이를 악물고 따라 다녔습니다.

 

 

 

 

 

 

 

 

 

 

 

건아가 커가면서 조금씩 스스로 산에 오르기 시작했고 건태아빠의 체력도 나날이 좋아집니다.

시나브로 그렇게 등산을 시작한지 3년째인 일년전 입니다.

 

 

 

우리도 소위 말하는  종주라는걸 한번 해보자 해서 설악산 중청산장을 예약했는데...

같이 예약을 시도 하신분들은 아무도 되지 않았는데 저희가 덜컥 되버렸습니다.

문제는 건아...6살 건아를 데리고

설악산을  1박2일로 다녀오는것은 무리라고 생각되어 포기하려는 찰나

다강울타리님의 다해가 설악산을 한번 더 종주하고싶다해서

2틀 동안만 딸을 바꾸기로 합니다.^-----^

 

그리하여 '저질체력' 건태아빠의 설악산 종주도전은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설악산 종주가 두번째인 다해가 있어 어찌나 든든했던지...

건태는 다해가 있어서 더욱 재미있게 산을 올랐고 

저는 건태아빠만 챙기면 되니까 마음의 짐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여하튼 모든 일정은 건태아빠의 체력과  컨디션에 따라 잡았습니다.

 

한계령 휴게소에서 서북능선삼거리를 지나 대청봉까지 총 8.3키로

중청산장에서 1박을 하고 대청에서 일출을 본뒤 오색 약수로 내려오면 5키로...

하루에도 가능한 코스를 느.긋.하게 1박 2일로 잡았습니다.^----^

 

 

배낭무게도 최대한 가볍게 넣었습니다.

건태가 침낭과 무거운 햇반8개를, 다해도 침랑과 자기먹을것을,

제가 침랑과 음식,그리고 물 8리터를 지고 

건태아빠 배낭에는 침낭,msr.코펠을 넣었습니다.

 

 

 

 

 

 

 

 

서북 능선까지 2.3키로의 길을 가파르게 올라갑니다.

 아이들은 너무도 가볍게 산을 오르고

 

 

 

 

건태아빠는 좀 힘들어 합니다.

그래도 3년전 연인산을 오를때보다는 엄청 빨라졌고 체력도 좋아졌지요^^

 

 

 

 

 

아이들은 웃고

 

 

 

 

 

건태아빠는 거친 숨을 쉽니다.

 

 

 

 

 

서북능선 삼거리를 지납니다.

 

대청봉까지 6키로 밖에 안남았네요.

기운내~~~~!!

 

 

 

 

 

 

 

 

화창한 날씨속에 저멀리 보이는 능선들은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사랑하고 감동하고 희구하고 전율하며 사는것이라고 로뎅은 말했던가요?

 

산에 오르면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세상의 중심에 서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어서

자꾸만 자꾸만 오르게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산에 오르면 숨막히도록 아름다운 풍경에 소름끼치도록 전율이 오릅니다.

이것이 제가 산에 오르는 이유입니다.

 

 

 

 

최종 목적지인 중청 산장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습니다.

 

 

 

 

 

 

 

 

산을 오를 수록 멋진 세상이 펼쳐집니다.

이 멋진 풍경을 보며 우리 아이들이

세상 모든것을 품을 수 있고

아픈 상처에 머무르지 않으며

내 자신에게 외치는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매순간 기적을 일으키는 우리 아이들과 함께

설악산에 그렇게 서 있었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제 자신을 바로볼 줄 아는 사람은 자신의 삶을 즐길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이고 싶습니다.

그런 아이들로 키우고 싶습니다.

 

 

 

 

 

조금씩 가까워 오고 있네요

 

 

 

 

 

 

 

일부로 만들어 놓은 듯한 불로문을 지나

 

 

 

 

 

 

 

끝청을 지나니 최종 목적지인 중청산장에 도착합니다.

배는 고픈데 화기를 가진 건태아빠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40분뒤 건태아빠도 드디어 중청 산장에 도착을 합니다.

끝없이 펼쳐진 능선들과 하늘의 아름 다운 조화에

건태아빠도 힘든것을 잊은듯 기분이 좋아 보입니다.

 

허겁지겁 저녁을 차려먹고 내일 일출을 보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새벽 4시40분

이미 대청봉에는 일출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빼곡합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해가 뜨면 소원할것들을 머리속에 정리해둡니다.

가족의 건강.행복.마음의 평화....

해가 떠오르자 여기저기서 술렁입니다.

저마다 오늘의 태양을 기억하려고 카메라에 담습니다.

매일 뜨는 태양이지만...그들의 태양은...대청봉의 태양은 틀림없이 남다른 의미가 있을것입니다.

 

대청봉에서 일출을 보고 산장으로 내려와 아이들을 깨웁니다

 

 

 

 

 

 

아침을 간단히 챙겨먹고

다시 대청봉으로 향합니다

 

 

 

 

 

기억하렴~~!!

너희들이 올랐던 1708미터 설악의 대청봉은 너희가 살면서 넘어야 할 큰 봉우리들 중 하나에 불가하단다.

혹시라도 너희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생각지도 못한 큰 봉우리와 마주하게 될때면 엄마아빠와 함께 오른 

이 대청봉을 생각해 주겠니? 함께느꼈던 이날의 기쁨과 환희가 너희의 인생에 큰 용기와 격려가 될거라 확신한단다.

 

 

 

 

 

 

 

굴러 떨어지려는 바위를 나무 네그루가 뿌리로 감싸서 지탱하고 있었습니다.

나무 뿌리 때문에 바위가 떨어져 나갔는지 그것이 미안한 나무들은

그 바위를 위해 뿌리를 내려 감싸 안고 있습니다.

그들은 틀림없이 다른 몸인데도 오랜세월 얼기설기 얽혀 하나가 되어있었습니다.

가족이란 이런게 아닐까요?


 

 

 

내려가는 길은 짧은만큼 가파르긴 했지만 빨리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뒤쳐지는 건태아빠를 도와가며 내려오는데

문득....이사람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산을 좋아하는 마누라 덕분에

발바닥에 불이나고 무릎이 아파가며 허벅지가 터지도록 따라다니는 저질 체력 건태아빠~!!

참 고맙습니다~~!!

 

 

 

 

한편,건태아빠가 무사히 설악산 종주를 하는동안 다강울타리님과 울타리w님,강해는

 

 

 

 

 

 

 

 건아의 운동회에 참석해서 최선을 다해 일일부모의 소임을 해주었습니다.

특히 아프기전 울타리W언니의 활약상은 건아유치원 선생님들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답니다.

 

 

 

 

너무나 감사했구...하루빨리 예전의 건강한 모습을 되찾아 함께 맘껏 산행 하시자구요~

 

이제 1년전 이야기는 접어두고

 

2013년 8월 16일...두둥~~~'대한의 건아'가 대한민국 최고봉 한라산 종주를 시작합니다.

 

성판악 휴게소에서 백록담까지 9.7km(5시간) 다시 백록담에서 관음사야영장까지 8.7km(5시간)

어른 기준으로 꼬박 10시간을 걸어야 가능한 한라 백록담 산행...

많은분들이 32도를 넘나드는 이 무더위에...7살 건아가 걷기엔 너무길고 힘들다는 걱정과

그래도 어쩌면 잘 해낼꺼라는 격려를 해주셨습니다.

걱정반,격려반속에 드디어 성판악 탐방로에 첫 발을 딛습니다.

 

 

 

 

 

역시 오랜 시간 가족 산행을 함께해준 다강 울타리님과 다해 강해가 먼 길 동행을 해주었습니다.

 

 

 

 

해가 떠오르네요. 11시간 정도를 예상하는 산행이라 이른시간( 6시)에 출발했더니

가족들 머리위로 태양이 떠오릅니다.

 

 

 

 

고즈넉한 한라산 숲길을 한발한발 오릅니다.

 

 

 

 

건태가 건아에게 공약을 합니다.

백록담까지 오르면 문방구에서 선물을 하나 사주겠다고 합니다.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 종주까지 한 강해랑 다해는 건아에게

수시로 화이팅을 외치며 맛난 젤리를 나눠어줍니다.

 

 

 

 

저질체력의 아빠는 건아에게 한라산을 종주하면 뽀뽀100번 해주겠다고 합니다.

근데 건아는 별로 달가워하질않네요^----^

 

 

 

 

 

잘 깔려있는 데크 덕분에 아주 수월한 산행을 합니다.

 

 

 

 

 

속밭휴게소와 약수터를 지나니 금방 해발1400고지를 지납니다.

 

 

 

 

사라오름 전망대를 지나고 진달래밭 대피소를 향합니다.

 

 

 

 

 

 

 

오전 9시30분 진달래 대피소에 도착! 꿀맛 같은 컵라면을 먹습니다.

걱정했던것과 다르게 불타는 제주도에서 가장 시원한곳이 한라산이었고

여기까지는 숲길이라 그늘로 올라 올 수 있었으며

등산코스가 길어서 그렇지 너무나 무난했다는것...

아직까지는 이상무~~!!

 

 

 

 

 

자~~백록담으로 다시 출발~~~!!

 

 

 

 

 

 

 해발1800쯤 올라서니 드디어 넓은 평원이 펼쳐집니다.

 

 

 

 

 

 

 

12시 드디어 백록담에 도착~!!

 

 

 

 

제주도에 100년만에 더위와 가뭄이 왔다더니

백록담의 물이 바싹 말라 바닥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애처롭기까지한 그 백록담을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대한민국 최고봉 1950M의 한라 백록담

한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오른 가족들이 서로를 격려하며 자축합니다.

아이들과 또 하나의 추억을 공유하고 교감할수 있음에 감사하며 

기념촬영을 합니다.

여기가 끝이 아니란걸 알기에 서둘러 채비를 하고 하산을 합니다.

 

 

 

 

 

 

 

내려가는 길에 보이는 북벽의 모습이 장관입니다.

자꾸만 아쉬워 뒤돌아보게 됩니다.

 

 

 

 

 

 

 

역시 한라산이라는 탄식이 절로 나옵니다.

 

 

 

 

2007년 태풍에 날라가 버린 용진각 대피소를 지나고 다시 부지런히 내려갑니다.

 

 

 

 

 

 

정상에서 한시간 쯤 내려오니 약수터가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김병장표 전투식량^^을 먹고 다시 내려갑니다.

 

 

  

 

삼각봉 대피소를 지나 하염없이 내려갑니다.

가다가 잠깐 소나기를 맞았지만 오히려 시원한 느낌이었고

건아와 건태아빠 속도를 맞추느라 더욱 긴 산행을 한 다해와 강해...너무 고마웠습니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화이팅 하며 건아를 칭찬하고 격려해주신 다강님...

내리막 힘든코스 저 대신 건아 업고 내려와 주셔서 감사해요~

 

 

 

 

 

 

 

 

 

우여곡절 끝에 관음사 안내소에 오후 5시45분에 도착해서

메달과 한라산 등정 인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 모두에게 메달과 인증서를 수여해주고

저희와 비슷하게 내려오신분들께서도 아이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셨습니다.

 

걱정반 격려반 속에 시작된 건아의 한라 백록담 산행..

12시간 가까이 걷고 오르고 보고 내려오면서

아이들 끼리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서로에게 응원과 격려를 해주는걸 보면서

 

우린 잘 (money)살진 않지만 잘(well)살고 있음을 느낍니다.

 

진정 아이들에게 중요한건 무엇인지...무엇을 원하는지...

오늘의 이 경험이 우리아이들에게 값진 재산이 되고

새로운 도약의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봅니다.

 

 애들아~~!! 정말 수고 많았어~~!! 고맙다~~!!

너희가 참 자랑스럽구나~~!!